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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테이블> : 고요한 환희의 순간영화 리뷰 2019. 10. 7. 23:59
영화 은 테이블에 앉은 네 팀의 대화를 화면 위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이어지지 않는 네 개의 이야기, 옴니버스 구성인 셈이다. 하지만 이 대화들은 마치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네 테이블, 여덟명의 삶은 분명 다르지만 동시에 닮아 있다. 김종관 감독은 우리의 삶은 모두 닮아 있다, 라는 빤한 말을 가장 잘 풀어내는 감독이 아닐까 한다. 불륜하는 남녀의 모습 속에서도 우리의 삶을 발견하게 만드는. 김종관 감독의 영화를 처음 볼 때는 당황스러웠다. 뭔가 일어날 것 같지만 막상 특별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고, 인물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맴도는 듯 하다. 산책을 하며 가지는 무의미한 시간은 김종관 감독의 영화가 가지는 중요한 테마 중 하나다. 자신의 삶을 동떨어져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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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아 <애니> 리뷰 : 결국하지 못하는 말책 리뷰 2019. 10. 4. 23:59
(스포일러 있음) 책 정리를 하다가 를 발견했다. 이번에 정말 책을 획기적으로 줄였는데, 정리할지 말지 오래 고민하다가 어떻게 이 책을 정리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읽기 시작했다. 우선 이 책은 참 예쁘다. 어느정도냐면, 책장에 꽂아 놓기만 해도 마음이 뿌듯해진다. 라는 제목과 감정적인 파스텔 톤의 표지. 이 책은 정말 누군가 신경 써서 만들었다는 티가 난다. 정한아 작가의 소설집을 대부분 다 읽었지만 는 이전의 소설들과는 느낌이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더 차갑고 눅눅해진 느낌이다. 이전 소설집에서는 어떤 명랑한 비애가 느껴졌다면, 에서는 그 목소리가 좀 더 성숙해진 것 같다. 내가 정한아 작가의 소설, 를 처음 읽은 것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였고, 나머지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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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밀은 없다> 리뷰 : 멍청한 엄마의 딸영화 리뷰 2019. 10. 3. 23:32
인생 영화를 꼽으라면 크게 고민하지 않고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벌써 세 번이나 이 영화를 봤으니까. 에는 재생하는 순간 끝까지 보게 만들어 버리는 힘이 있다. 이 영화의 흥행 실패는 당연 마케팅의 실패라고 생각한다. 우선 저 상업 영화의 전형을 떠올리게 하는 포스터 부터 불만스럽다. 는 흔한 정치 스릴러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는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리는 영화다. 영화의 음향 효과와 난잡하게 이어 붙인 패치워크를 떠올리게 하는 어지러운 영상이 불만이었다는 리뷰가 많다. 이경미 감독은 사회적 터부를 모두 담아내고 싶다고 인터뷰 한 바 있다. 지역 감정, 동성애, 불륜... 이 모든 것들이 하나라도 지나치게 튀지 않게 느껴지지 않고 이렇게 한 영화 속에 잘 녹아 들 수 있었던 것은 그 다소 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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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내게 무해한 사람> 감상 : 결국 누구에게도 무해한 사람은 없다책 리뷰 2019. 9. 30. 21:26
최은영 작가는 여성 서사를 잘 쓰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작가는 굉장히 두꺼운 여성 독자층을 가지고 있다. 이 소설집 속에도 여성들 사이의 미묘한 감정들이 돋보인다. 과 관련된 평론 중 굉장히 공감했던 말이 있다. 우선 최은영 작가의 소설은 대부분 미래에서 과거의 한 지점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쓰여진다. 이야기가 서술 되는 '지금' , 그러니까 현재는 과거의 슬픔과 상처가 다 아문 시점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이 독자에게 무해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소설집의 제목이 가진 멜랑콜리한 노스텔지어는 왠지 이 소설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껴졌다. 우선 '내게'를 제외해서 본다면 무해한 사람이라는 말은 지나친 거짓말처럼 여겨진다. 실제로 난 믿을만 한 사람이야 ! 라고 말하는 사람은 대부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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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현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리뷰 : 냉소의 미덕책 리뷰 2019. 9. 27. 02:29
간만에 재밌는 소설집을 읽었다. 정말로 '재미있는' 소설들이다. 낄낄 웃으면서 책장을 넘겼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유머러스하다. 어느 정도냐면 작가가 아예 작정하고 썼다고 생각되는 장면들이 몇 있었다. 그중 하나를 예로 들자면 속 목욕탕 풍경이다. 종이 봉투를 쓴 남자 셋이 이모의 손에 이끌려 들어왔다. 그건 흡사 KKK단을 체포한 장면 같이 보였다. 남자들은 익숙하게 한증막 안으로 들어왔고, 카운터 이모가 외쳤다. "막에 불이 죽어서 물 뿌리러 온 거예요. 놀라지 말아요." 여자들은 다시 하던 일로 돌아갔다. 처음보는 이모들과 드라마를 보며 악녀를 욕했다. 이 풍경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태연히 하던 일로 돌아가는 알몸의 여자들을 생각하자 웃음이 나왔다. 종이 봉투를 쓴 채 여탕으로 들어온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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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나의 것> 리뷰 : 나만은 착한 사람이라는 믿음영화 리뷰 2019. 9. 25. 02:41
(스포일러) 엄청난 뒷북이지만 을 봤다. 늘 봐야지 하고 미루던 것인데... 홀린 듯이 몰입해 그 자리에서 영화를 다 봤다. 영화를 보고 나면 복수는 몸에 좋지 않은 것 같다. 음. 그런데 다른 영화 을 생각해보면 용서도 참 몸에 나쁜 것 같다. 영화를 보고 곰곰 생각했다. 만약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의 전도연처럼 어쨌든 이해하고 용서해보려고 애써봐야 하나 아니면 송강호처럼 법보다 한 발 앞서 죄인을 단죄해야 하나. 물론 전자가 더 현실적이긴 하다. 이 영화의 중심 메시지를 '복수가 복수를 낳는다'로 볼 수 도 있을까. 그렇다면 ‘복수가 복수를 낳는다’라는 말은 어떤 교훈이 담긴 말일까 아니면 그냥 복수하고 나서는 뒤통수 조심하라는 경고일까. 전자로 보기엔 류(신하균)가 조직원들에게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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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벌새> 리뷰, 이것을 성장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영화 리뷰 2019. 9. 24. 00:40
(약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좁다.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했다. 아이들이 빼곡하게 앉아 있는 교실, 은희와 언니가 함께 쓰는 방, 가구와 화분들로 가득 찬 집안, 다섯 가족이 함께 모인 식탁. 비좁은 공간이 주는 압력이 심상치 않다. 은희는 사방에서 들이치는 압력을 이겨 내고자 애쓴다. 남자 친구와 키스를 하고, 노래방에 가거나 디스코장에 가 춤을 춘다. 그런 은희에게는 '날라리'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노래방 가면 날라리다, 남자친구 사귀어도 날라리다." 날라리라는 말에 담긴 성적 억압과 검열, 혐오의 무게가 무겁다. "나는 노래방 대신 서울대 간다!" 엉겁결에 구호를 따라 외치는 은희의 표정이 어둡다. 극 중에서 은희는 거의 웃지 않는다. 는 은희가 현관문 앞에서 문을 열어달라고 발악하는 장면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