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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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아 <애니> 리뷰 : 결국하지 못하는 말책 리뷰 2019. 10. 4. 23:59
(스포일러 있음) 책 정리를 하다가 를 발견했다. 이번에 정말 책을 획기적으로 줄였는데, 정리할지 말지 오래 고민하다가 어떻게 이 책을 정리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읽기 시작했다. 우선 이 책은 참 예쁘다. 어느정도냐면, 책장에 꽂아 놓기만 해도 마음이 뿌듯해진다. 라는 제목과 감정적인 파스텔 톤의 표지. 이 책은 정말 누군가 신경 써서 만들었다는 티가 난다. 정한아 작가의 소설집을 대부분 다 읽었지만 는 이전의 소설들과는 느낌이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더 차갑고 눅눅해진 느낌이다. 이전 소설집에서는 어떤 명랑한 비애가 느껴졌다면, 에서는 그 목소리가 좀 더 성숙해진 것 같다. 내가 정한아 작가의 소설, 를 처음 읽은 것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였고, 나머지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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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내게 무해한 사람> 감상 : 결국 누구에게도 무해한 사람은 없다책 리뷰 2019. 9. 30. 21:26
최은영 작가는 여성 서사를 잘 쓰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작가는 굉장히 두꺼운 여성 독자층을 가지고 있다. 이 소설집 속에도 여성들 사이의 미묘한 감정들이 돋보인다. 과 관련된 평론 중 굉장히 공감했던 말이 있다. 우선 최은영 작가의 소설은 대부분 미래에서 과거의 한 지점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쓰여진다. 이야기가 서술 되는 '지금' , 그러니까 현재는 과거의 슬픔과 상처가 다 아문 시점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이 독자에게 무해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소설집의 제목이 가진 멜랑콜리한 노스텔지어는 왠지 이 소설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껴졌다. 우선 '내게'를 제외해서 본다면 무해한 사람이라는 말은 지나친 거짓말처럼 여겨진다. 실제로 난 믿을만 한 사람이야 ! 라고 말하는 사람은 대부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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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현 『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리뷰 : 냉소의 미덕책 리뷰 2019. 9. 27. 02:29
간만에 재밌는 소설집을 읽었다. 정말로 '재미있는' 소설들이다. 낄낄 웃으면서 책장을 넘겼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유머러스하다. 어느 정도냐면 작가가 아예 작정하고 썼다고 생각되는 장면들이 몇 있었다. 그중 하나를 예로 들자면 속 목욕탕 풍경이다. 종이 봉투를 쓴 남자 셋이 이모의 손에 이끌려 들어왔다. 그건 흡사 KKK단을 체포한 장면 같이 보였다. 남자들은 익숙하게 한증막 안으로 들어왔고, 카운터 이모가 외쳤다. "막에 불이 죽어서 물 뿌리러 온 거예요. 놀라지 말아요." 여자들은 다시 하던 일로 돌아갔다. 처음보는 이모들과 드라마를 보며 악녀를 욕했다. 이 풍경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태연히 하던 일로 돌아가는 알몸의 여자들을 생각하자 웃음이 나왔다. 종이 봉투를 쓴 채 여탕으로 들어온 남자들..